세계 축구의 중심에는 늘 강팀들이 있다.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처럼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국가들이 주요 무대를 장악하지만, 국제축구연명 랭킹 하위권 팀들 역시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자신들의 꿈을 향해 공을 차고 있다. 특히 랭킹 최하위권 국가들은 자금 부족, 인프라 미비, 선수 수급의 어려움 등 수많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향한 열정을 이어간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제축구연맹 랭킹 팀들이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 그 진솔한 이야기를 조명해본다.
1. 산마리노:,유럽 속 가장 약한 팀의 꺾이지 않는 의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소국, 산마리노는 오랜 시간 국제축구연맹 랭킹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인구는 약 3만 명, 선수층도 한정적이며, 대부분의 대표팀 선수들은 본업이 따로 있는 '세미프로'에 가깝다. 골키퍼가 은행원, 수비수가 바텐더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마리노는 월드컵 예선과 유로 예선 등 국제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산마리노의 대표팀은 1990년대부터 공식적인 국제 경기를 치렀으며, 그 성적은 대부분 패배였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한다. 특히 1993년 월드컵 예선에서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경기 시작 8.3초 만에 골을 넣어 화제를 모았다. 결국 7-1로 패했지만, 그 한 골은 전 국민에게 큰 자긍심을 안겨준 순간이었다.
산마리노는 국제 경기에서 거의 이기지 못하지만, 단 한 골, 단 한 번의 무승부도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는다. 2014년에는 에스토니아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해 10여 년 만에 패배를 면했고, 이는 마치 우승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팬들은 이러한 결과에도 큰 환호를 보내며, 그들의 노력과 땀방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산마리노의 이야기는 축구가 단지 결과로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작은 국가가 강호들과 맞서며 얻는 소중한 경험, 선수 개개인의 자부심, 그리고 나라 전체의 응원이 모여 이들은 오늘도 축구화를 묶는다. 비록 최하위 랭킹이지만, 산마리노는 그 자체로 축구 정신의 본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팀이다.
2. 몬세라트, 화산재를 딛고 일어선 작은 섬나라의 기적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몬세라트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거의 꼴찌를 유지하던 국가였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은 단순히 축구 실력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1995년, 섬의 중심부인 수프리에르 화산이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전체 인구의 절반이 이주했고, 수도 플리머스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국가의 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황에서 축구는 생존의 문제보다도 후순위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몬세라트 축구협회는 팀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화산 피해를 입지 않은 북부 지역에 간이 경기장을 세웠고, 해외에 거주하던 몬세라트 출신 이민자들을 모아 대표팀을 재건했다. 그 결과 2012년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첫 승리를 거두며 이변을 일으켰고, 이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당시 선수들은 일터에서 휴가를 내고 경기장에 모였고, 감독 역시 자원봉사로 팀을 이끌었다.
몬세라트 대표팀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예선에 도전하며 국제축구연맹 랭킹을 서서히 끌어올렸고, 2020년대 들어서는 중하위권까지 올라오는 성과를 이루었다. 현재는 잉글랜드 하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꾸려지고 있으며, 축구는 몬세라트 국민들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가 열릴 때면 가건물로 된 경기장에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이 북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며 응원을 이어간다.
몬세라트의 축구 도전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재난을 이겨낸 공동체의 재건과도 맞닿아 있다. 선수 한 명, 골 하나, 승리 하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가치 있는 일이 되며, 이 팀은 지금도 기적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3. 부탄, 히말라야의 고요한 왕국, 국제 무대에 서다
남아시아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부탄은 인구 약 80만 명의 작은 불교 왕국이다. 축구보다는 전통 무술과 명상이 더 발달한 이 나라에서 축구는 비교적 늦게 도입되었으며, 국제축구연맹의 정식 회원국이 된 것도 2000년 이후였다. 부탄의 축구 대표팀은 오랫동안 랭킹 최하위를 전전했으며, 한동안은 지구에서 가장 약한 팀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부탄은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도전을 계속해왔다. 2002년에는 월드컵 결승전 당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시에 열린 경기로 일본의 독립 영화감독이 기획한 기쁨의 경기에서 몬세라트와 맞붙었다. 당시 랭킹 202위 부탄과 203위 몬세라트가 펼친 이 경기는 축구의 진정한 의미를 상기시키는 감동적인 경기로 남았으며, 부탄은 4-0으로 승리하며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이후 부탄은 자국 내 프로 리그를 정비하고, 네덜란드, 일본 등지의 축구 전문가들을 초청해 유소년 시스템과 전술 교육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스리랑카를 1-0으로 꺾으며 첫 예선 승리를 따냈다. 이 승리는 국민 전체를 열광시켰고, 선수들은 히말라야 산중 마을들에서 꽃과 목걸이를 받으며 금의환향했다.
지금도 부탄은 국제 대회에서 강팀과 맞서기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경기장에서는 언제나 전력을 다한다. 이들은 경기 후 패배에도 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손을 잡고 그라운드를 도는 '감사의 인사'로 유명하며, 축구를 통해 국가의 평화적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부탄은 작지만 꾸준한 변화로 국제축구연맹 랭킹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으며, 언젠가 아시아 대회 본선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처럼 랭킹 최하위권 국가들의 축구는 스코어보다 더 큰 감동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도전은 단순히 경기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고 꿈을 이어가는 여정이며, 축구가 얼마나 위대한 공통 언어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