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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이름의 비밀, 축구팀과 후원사의 이름 전쟁 이야기

by 경제똑띠 2025. 4. 15.

축구 경기장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팬들에게는 성지이고, 기업에게는 거대한 광고판이죠. 전통적인 명칭을 고수하려는 팬들과 상업적 가치를 추구하는 구단과 스폰서 사이에는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경기장 이름 전쟁의 흥미로운 사례와 그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경기장 이름의 비밀, 축구팀과 후원사의 이름 전쟁 이야기
경기장 이름의 비밀, 축구팀과 후원사의 이름 전쟁 이야기

1. 아스널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전통과 자본 사이의 갈등

아스널 FC는 오랜 시간 하이버리 하우스를 연고지로 사용해온 전통 있는 클럽입니다. 하이버리는 수십 년간 아스널 팬들의 추억이 쌓인 상징적인 공간이었죠. 그러나 2006년, 구단은 재정 안정을 위해 새로운 경기장을 짓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현재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입니다. 이 이름은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의 국영 항공사 에미레이츠 항공이 15년간의 명명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붙여졌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기장 건설을 위한 재정 확보가 시급했고, 명명권 수입은 필수적인 자금원이었습니다. 당시 약 1,800억 원에 달하는 계약은 영국 내에서 최대 규모의 스폰서십 중 하나였으며, 유니폼 광고와 함께 진행되어 파급력도 컸습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하이버리의 영혼을 팔았다며 반발했습니다. 경기장 주변에는 지금도 하이버리 정신을 기리는 벽화나 조형물이 남아 있고, 많은 팬들은 여전히 경기장을 뉴 하이버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은 전통과 자본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보여줍니다. 구단이 생존과 경쟁력을 위해 상업적 결정을 내리는 동안, 팬들은 팀의 정체성과 유산이 훼손된다고 느낍니다. 결국 구단과 팬 사이의 신뢰와 정체성 유지가 장기적으로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교훈도 남겼습니다.

 

2. 뉴캐슬과 스포츠 다이렉트 아레나 사태, 팬덤의 강력한 저항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1892년 창단 이래로 세인트 제임스 파크라는 경기장에서 홈 경기를 치러왔습니다. 이 이름은 단순한 장소를 넘어 지역 사회와 팀의 뿌리를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구단의 구단주 마이크 애슐리는 본인이 운영하는 스포츠용품 브랜드 스포츠 다이렉트의 이름을 경기장에 붙이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공식 명칭을 스포츠 다이렉트 아레나로 변경한다고 발표했죠.

이 결정은 엄청난 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뉴캐슬 팬들은 경기장 밖에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돌려달라는 현수막을 걸고, 심지어 스포츠 다이렉트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지역 언론 역시 기존 이름을 계속 사용하며 구단주의 결정을 무시했고, 심지어 일부 방송사와 해설진도 공식 명칭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2012년, 뉴캐슬은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 사례는 팬 커뮤니티의 힘과, 상업주의가 팬의 감성을 건드렸을 때 어떤 반발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구단주는 단기적인 수익을 바라봤지만,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팬들의 불신을 자초한 셈입니다. 경기장 명칭은 단순한 명찰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애정과 기억이 쌓인 공간의 이름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3. 미래형 경기장의 명명권 경쟁: 상업화의 정점

최근에는 경기장을 지을 때부터 명명권 계약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알리안츠 아레나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으로 잘 알려진 이 경기장은 건축 단계부터 글로벌 보험회사 알리안츠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명칭이 정해졌습니다. 현대적인 외관과 함께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엘이디 조명 시스템까지 구비되어 있어, 광고 효과는 경기장 밖에서도 극대화됩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사커나 중동,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는 명명권이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브랜드 스테이징’의 중심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카타르의 일부 경기장은 국영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이름이 붙어 있으며, 이는 국가적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심지어 일본이나 중국 일부 구단은 경기장 이름을 자주 바꾸기도 하며, 짧은 계약으로 브랜드 노출 효과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축구 산업이 점점 더 거대화되고, 팬덤보다는 수익성이 우선시되는 경향을 반영합니다. 물론 명명권 수입은 구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만, 이름이 너무 자주 바뀌면 팬 입장에서는 정체성이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기술 기반으로 경기장 내 광고와 브랜딩이 더 정교해질 전망이며, 경기장 이름은 단순한 명칭을 넘어 하나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장 이름은 단지 위치를 부르는 호칭이 아닙니다. 그것은 팬의 기억, 도시의 역사, 구단의 정체성을 모두 아우르는 상징입니다. 상업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팬들과의 정서적 연결고리를 지키는 균형 있는 전략이야말로 진정한 명문 구단의 자격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