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차타고 원정경기 , 항공기 대신 육로로 이동한 챔피언스리그 원정팀들

by 경제똑띠 2025. 4. 18.

챔피언스리그는 세계 최고의 클럽 대항전이지만, 때로는 이 대회의 주인공들이 공항이 아닌 기차역으로 향해야 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명문 클럽들도 불가피하게 하늘길 대신 육로를 택한 적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항공편 결항, 자연재해, 지정학적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차 타고 챔스라는 진풍경이 펼쳐졌던 사례들은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육로 원정의 이면과 대표적 사례들을 짚어봅니다.

항공기 대신 육로로 이동한 챔피언스리그 원정팀들

1.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과 바르셀로나의 14시간 육로 원정

2010년 4월  유럽 전역은 상상도 못한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퍄들라요쿨 화산이 폭발하며 거대한 화산재 구름이 대륙 상공을 뒤덮었고 항공편은 대거 결항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 코앞인 시점에서 바르셀로나 축구단은 영국 인터밀란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몇 시간짜리 비행이었겠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단은 버스와 기차를 번갈아 타며 무려 14시간 동안 육로로 밀라노까지 이동해야 했습니다.

당시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여정 내내 스트레칭, 가벼운 운동, 식사 시간 등을 철저하게 계획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피로는 피할 수 없었고 실제 경기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인터밀란에게 3-1로 패배하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단순히 육체적인 피로도 문제였지만 심리적 집중력 유지가 더욱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세계 최고의 클럽도 자연 앞에선 속수무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이후 유럽축구연맹는 자연재해 발생 시 일정 조정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항공 금지 구역과 전쟁 위험, 우크라이나 클럽들의 지하철·기차 원정

전쟁은 축구마저 긴장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이 심화되던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클럽들은 자국 내에서조차 항공편 이동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특히 도네츠크를 연고로 하던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홈구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리비우나 키예프 같은 도시에서 임시 홈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선수단은 수시로 기차를 이용해 이동해야 했습니다.

샤흐타르의 선수들이 유럽 대항전에 나서기 위해 육로로 국경을 넘고 비공식 통로를 통해 다른 도시로 우회하던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일부 구간은 철로가 끊기거나 검문소가 많아, 이동에만 하루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동유럽에서는 고속철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선수들은 진동 심한 일반 열차를 타고 10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물리적 피로를 넘어 심리적 불안감까지 동반했습니다. 실제로 UEFA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클럽 간 대진을 조정하거나 중립지역에서 경기를 열기도 했습니다. 샤흐타르뿐 아니라 디나모 키예프 등도 국가 위기 속에서 육로 챔스 원정이라는 고단한 여정을 반복해야 했고, 이는 경기력뿐 아니라 클럽 운영 전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 클럽들을 가장 먼 길을 돌아가는 팀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3. 공항 폐쇄, 정치적 혼란 그리고 대체 루트, 현대 축구의 B 플랜들

유럽 내 항공편은 비교적 신뢰도가 높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일시적으로 공항이 폐쇄되었을 때 유럽 클럽 대항전에 참가하던 일부 팀은 급히 육로 대체 루트를 계획해야 했습니다. 특히 이스탄불이나 아테네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지역과 연결되는 항공편은 취소 가능성이 높아 몇몇 팀은 미리 기차, 버스 등의 B 플랜을 준비해둡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창기, 독일 구단 라이프치히가 러시아 클럽을 상대하기 위해 모스크바 원정길에 오르려 했지만, 러시아 입국 비자 문제가 꼬이면서 비행기로 이동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들은 베를린에서 벨라루스를 거쳐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열차 루트를 택했으며 총 소요 시간은 28시간에 달했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컨디션을 고려해 현지 합류를 시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중간 도시에 머무를 수 없어 전원이 같은 루트를 타야 했습니다.

이처럼 현대 축구 클럽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갖추고 있으며, 항공편이 끊기더라도 육로 이동을 신속히 조직할 수 있는 로지스틱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챔피언스리그가 단순한 경기만이 아니라 전 세계 물류와 외교, 정치 상황까지 고려한 대회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