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골은 대부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간혹 수비수들이 이 공식을 깨는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곤 하죠. 특히 시즌 전체에서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쥔 수비수는 매우 희귀하며 거의 전설적인 존재로 회자됩니다. 오늘은 이러한 반전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수비수임에도 득점왕에 오른 놀라운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1. 이변의 상징 폴로 브루치, 세리에를 뒤 흔든 리베로의 반란
1970~80년대를 풍미한 이탈리아 리그, 세리에 에이 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폴로 브루치입니다. 일반 축구 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 주의 지역 리그에서 수비수로서 득점왕을 차지한 그는 아마추어와 세미프로를 아우르는 이탈리아 축구의 다층적인 구조 속에서 강렬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브루치는 본래 센터백으로 데뷔했으나 빌드업 능력과 중거리 슈팅 능력이 탁월해 감독이 종종 리베로 또는 스위퍼 역할로 전환시키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수비수에게도 전진 배치가 흔한 편이 아니었기에 브루치의 공격적인 성향은 이단아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1982-83 시즌, 지역 세리에 디 팀에서 브루치는 무려 25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왕에 오릅니다. 이 기록은 단일 시즌 기준으로 수비수가 세리에 디 전체 득점왕에 오른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그의 득점 방식은 다양했습니다. 페널티킥은 물론 프리킥, 헤더, 중거리 슛까지 모두 가능했던 그는 마치 공격수처럼 박스 안에서 기회를 잡았고 심지어 하프라인 근처에서 골을 기록한 장면은 지금도 회자됩니다. 이후 그는 상위 리그로 진출했지만 득점 감각은 점차 줄어들며 평범한 수비수로 회귀했죠. 하지만 1982-83 시즌의 기록은 지금까지도 세리에 디 역사상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수비수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격 본능을 숨기지 않았던 브루치의 플레이는 현대 축구의 공격형 수비수 개념의 선구자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브라질의 괴물 파비오 루시에아노, 인도네시아에서 꽃핀 득점 본능
브라질 출신 수비수 파비오 루시에아노는 유럽보다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더 익숙한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2005~2007 시즌 인도네시아 1부 리그에서 수비수로 득점왕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 로서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그가 보여준 경기력은 단순히 실력을 넘어 당시 리그 전체의 스타일을 바꿔놓을 정도로 독보적이었습니다.
루시에아노는 190cm가 넘는 장신 수비수로 공중볼에 유독 강했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원래 브라질의 코린치안스, 플라멩구 등에서 활동하다가 2005년 인도네시아의 페르시자 자카르타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이적을 커리어의 하락세로 봤지만,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첫 시즌에 그는 무려 29골 을 기록하며 인도네시아 슈퍼리그 득점왕에 오르게 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헤더와 세트피스에서 나온 골이었습니다. 특히 전방 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팀 전술 속에서 루시에아노는 후반 막판 공격수로 전환되기도 했고 이중 포지션 전략은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듬해에도 20골 가까운 기록을 남기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팬들은 그를 수비수의 탈을 쓴 스트라이커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루시에아노의 성공은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 수비수도 팀 전술에 따라 공격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증명해 보인 사례였습니다. 그의 득점왕 기록은 인도네시아 리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 역사에서도 독특한 발자취로 남아 있습니다.
3. 아프리카의 기적 로랑 아베, 부르키나파소에서 피어난 전설
아프리카 축구 역사에서 기적이라 불릴 만한 기록을 남긴 수비수가 있습니다. 부르키나파소 리그의 로랑 아베는 이름도 생소한 선수였지만 2011~2012 시즌 무려 31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소속된 팀은 당시 리그 중하위권 팀이었으며 그는 전반기까지도 수비수로 출전했다는 점입니다.
아베는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포지션 변화가 잦았고 특히 세트피스에서의 탁월한 움직임과 페널티 박스 센스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2011년 시즌 도중 팀의 주전 공격수 2명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감독은 아베를 공격 전진 배치했으며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였습니다.
페널티킥, 프리킥, 헤딩, 심지어 박스 밖 장거리 슈팅까지 가능했던 그는 단순히 수비수의 득점이 아닌, 공격수보다 뛰어난 득점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지 언론은 그를 아프리카판 루드 굴리트로 칭하며 찬사를 보냈고, 국제 축구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시즌 기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제 축구 연맹 공식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 해 부르키나파소 리그 득점왕은 명백히 수비수 출신이었고 이는 아프리카 축구 역사에서 단 한 번뿐인 일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리그 우승 팀으로 이적했지만 포지션이 다시 수비로 고정되면서 득점력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 시즌의 기록은 아직까지도 가장 예기치 못한 득점왕 중 하나로 남아 있으며 축구라는 스포츠가 예측불허의 드라마임을 증명한 상징적 사례입니다.
이처럼 수비수의 득점왕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그렇기에 더욱 인상 깊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골을 많이 넣은 선수를 넘어, 전술적 유연성과 도전 정신, 그리고 축구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축구는 언제나 예외에서 전설이 태어나는 스포츠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