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지만 선수들의 커리어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다수의 선수들은 은퇴 후 해설위원, 코치, 에이전트 등의 축구 관련 직업을 택하지만 극소수는 전혀 다른 길 바로 정치라는 새로운 무대로 향합니다. 그라운드의 열광을 뒤로 하고 국회의 조용한 전쟁터로 옮겨간 이들의 행보는 세상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죠. 오늘은 축구 유니폼 대신 정장을 입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 조지 웨아, 발롱도르에서 라이베리아 대통령까지
축구 역사상 선수에서 국가 수장으로 변신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단연 조지 웨아입니다. 그는 1995년 아프리카 선수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한 전설적인 공격수였으며, AC 밀란, 첼시, 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최고 클럽에서 활약했습니다. 웨아는 단순한 좋은 선수를 넘어 당시 인종적 편견이 강했던 유럽 축구 무대에서 아프리카 선수의 위상을 끌어올린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웨아는 축구 커리어가 끝난 이후 조국 라이베리아의 빈곤과 부패, 내전의 후유증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정식 정치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자신의 인지도와 국민적 신망을 바탕으로 2005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합니다. 당시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꾸준히 정치 경력을 쌓고 2017년 결국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축구에서처럼 끈질기고 전략적인 승부 끝에 얻은 결과였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교육 기회 확대, 여성 권익 향상, 부정부패 척결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실제로 일부 개혁적인 정책을 실행했습니다. 물론 정치 경험 부족에 따른 미숙함 일부 경제정책의 실패 등으로 비판도 받았지만 그의 상징성과 개척정신은 여전히 존중받고 있습니다. 조지 웨아는 축구 영웅에서 국가 지도자로의 전환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며 그의 사례는 스포츠인이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예로 꼽힙니다.
2. 카칸드라와 칼롬, 유럽 중소국에서 태어난 지역 정치의 새 얼굴들
유럽에서도 축구에서 정치로의 전환을 시도한 선수들은 적지 않지만, 이 중에서도 흥미로운 사례로는 알바니아의 카칸드라와 북마케도니아의 칼롬이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선수는 아니지만 자신들의 지역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들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이들의 행보는 정치인은 엘리트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사례로 주목받습니다.
카칸드라는 알바니아 프로리그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수비수로, 선수 시절부터 청소년 교육, 지역 스포츠 프로그램 활성화에 큰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그는 은퇴 후 지역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해 청소년 스포츠 예산 확대와 마약 예방 프로그램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당선 이후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지역 클럽에 공공 자금을 투입해 훈련장을 개선하고 학생 대상 무료 축구 교실을 운영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했습니다.
반면 칼롬은 현역 시절 정치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이미지였지만 선수 은퇴 후 고향 도시의 심각한 실업률과 청년 이탈 문제를 체감하면서 정계 진출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골을 넣는 것보다 청년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남기며 시장 선거에 출마했고, 실제로 당선된 이후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설립하고 지역 리그를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를 이끌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축구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축구 선수로서 경험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있습니다.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더 많은 일반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례입니다. 정치라는 거대한 무대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은 유명세가 아니라 진심임을 그들은 몸소 증명하고 있는 중입니다.
3. 로물루 마르퀴스, 브라질의 도시 정치를 바꾼 오른쪽 윙어
브라질은 축구와 정치가 유독 밀접하게 얽혀 있는 나라입니다. 선수들의 인기는 정치적 영향력으로 곧잘 전환되며 종종 선거 캠페인에서 스포츠 스타가 정치인보다 더 강력한 구심점이 되기도 하죠. 이 가운데 로물루 마르퀴스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하위리그 클럽에서 활약하던 선수였지만,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업고 시의원으로 변신한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로물루는 본래 오른쪽 윙어로 빠른 돌파와 센터링 능력으로 리우 지역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경기에 나설 때마다 등장하는 경기 후 팬들과 함께하는 청소년 모임이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경기장 옆 작은 공간을 임대해 청소년들을 모아 축구를 가르치고 학습 지도를 도우며 비행청소년 예방에 힘썼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지역 언론을 통해 소개되자 많은 시민들이 그의 진정성에 감동하게 되었고 이는 정치 진출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는 시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도 거대 정당과의 논쟁보다는 현장에서 듣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습니다. 선거 유세에서 정장 대신 훈련복을 입고 유세차 대신 마을 축구장을 누비며 청소년, 부모들과 대화한 장면은 브라질 정치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라 평가받았습니다. 당선 이후에도 그는 시의회 출석률 1위를 기록했으며 축구장을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 활용하는 정책과 청소년 장학금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로물루의 경우 유명한 프로 축구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 밀착형 정치인으로 거듭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의 리더십을 정치라는 무대에서 다시 한번 발휘하며, 정치는 말이 아니라 실행이라는 철학을 실천 중입니다. 그의 행보는 모든 스타가 정치에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진심은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축구에서 정치는 한참 멀어 보이는 분야지만, 사실 두 세계는 리더십, 공감,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위해 싸웠던 선수들이 이제는 국민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도전은 축구 팬은 물론 정치에 냉소적인 많은 사람들에게도 진정성과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