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축구는 꿈이고 그 꿈의 끝에는 월드컵이나 프로 리그의 무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학업이라는 전혀 다른 꿈을 택한 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하버드, 옥스퍼드 같은 세계 최고 명문대학으로 진학한 이들의 결정은 단순한 진로 변경을 넘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 로 읽힙니다. 오늘은 축구 유니폼을 벗고 교정을 누비는 특별한 선택을 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1. 하버드의 유니폼을 입은 스트라이커 – 로리 헤이어의 이야기
로리 헤이어는 미국의 고등학교 축구 리그에서 가장 유망한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 꼽혔습니다. 스피드와 위치 선정, 마무리 능력 모두 뛰어나 그는 대학 스포츠 장학생으로 여러 명문대학의 러브콜을 받았고, 일부 메이저리그사커 팀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유소년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헤이어는 놀랍게도 축구보다 학문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며, 하버드대학교 경제학부에 진학합니다.
그의 결정은 당시 축구계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축구계의 미래 스타를 잃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축구를 사랑하지만,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고 사람들의 삶을 더 넓게 바꾸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하버드 진학 후에도 헤이어는 축구를 완전히 놓지 않았습니다. 대학 내 축구팀에서 활동하며 팀원들과의 유대감을 이어갔고, 아마추어 리그에 꾸준히 참여했지만, 중심은 철저히 학문과 연구에 두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축구 경험이 오히려 학업과 리더십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입니다. 하버드에서 그는 학생-선수 리더십 프로그램의 설립 멤버가 되었고 스포츠 윤리 및 공공정책 관련 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축구를 통해 배운 협동, 목표 설정, 압박 속에서의 판단력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학·사회학 분야에서도 응용될 수 있는 능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결국 헤이어는 졸업 후 국제기구의 펠로우십을 통해 개발도상국 금융 시스템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언론에서는 그를 두고 공을 차던 소년이 이제는 세상을 움직인다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삶은 축구를 버린 것이 아니라, 축구를 더 큰 삶의 문으로 연결한 사례로 많은 청소년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2. 옥스퍼드의 미드필더 – 영국 유망주 피터 스트래튼의 선택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스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수준 높은 청소년 육성 시스템으로 유명합니다. 그 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U18 팀에서 활약하던 피터 스트래튼은 누구나 차세대 프리미어리그 주전 미드필더라고 불렀던 유망주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19세 생일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축구 커리어를 중단하고 옥스퍼드 대학교 철학,정치,경제학과에 진학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영국 축구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스트래튼은 1군 훈련에도 몇 차례 소집되었고 1~2년만 지나면 프로 계약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그의 학업 전환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스트래튼은 경기장 밖의 세상에 더 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나는 철학과 정치가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다며, 축구를 향한 열정과는 별개로 지적 탐구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했습니다.
옥스퍼드에 진학한 이후 그는 축구 대신 토론 동아리, 정치 모의회의, 경제학 연구 프로젝트에 몰입하게 되었고 학교 내에서 빠르게 리더십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사회 불평등과 청년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는 테드, 옥스퍼드에서 경기장에서 정치로라는 제목의 강연을 열었고 이는 학계와 스포츠계 양쪽 모두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스트래튼이 축구와 완전히 결별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의 스포츠위원회에서 학생 선수들의 학업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며 이중 진로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또한 휴학 기간 동안 유엔 산하 청년 자문단에서 활동하며 개발도상국 아동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행보는 축구만이 답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넘어서, 스포츠와 학문이 어떻게 상호보완적일 수 있는가 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3. 공부와 축구의 병행을 현실로 만든 여자 선수들, 하버드와 옥스퍼드에서 빛난 또 다른 주인공들
남자 선수들에 비해 주목받는 빈도는 적지만 여성 축구 선수들 중에서도 세계적인 명문대학 진학을 선택한 사례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여자 축구 시스템은 전미 대학 체육협회와 영국 대학 스포츠 연맹 리그를 중심으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이중 경로를 선택한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케일리 오버먼은 고등학교 시절 US 여자 축구 U17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유망한 공격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하버드대학교 생물학부에 진학하며 축구 선수로서의 진로보다는 의과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선택합니다. 하버드 내에서는 전미 대학 체육협회의 디비전 1 팀 소속으로 활약했지만 점차 연구와 실험실 활동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실제로 재학 중 암세포 유전자 변이에 대한 논문으로 학부 연구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영국에서는 옥스퍼드 대학교에 진학한 엘레나 피처드가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웨일스 여자 국가대표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실력을 갖췄지만, 스스로 나는 축구보다 사회를 바꾸는 법을 알고 싶었다며 정치학과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그녀는 옥스퍼드 여자 축구팀 주장으로 팀을 이끌면서도 여성 인권 운동과 캠퍼스 내 소수자 권리 보호 캠페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고, 졸업 후에는 국제 비정부기구에 합류하여 난민 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이들 여성 선수들의 공통점은 축구를 통한 성공이 아닌 축구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자 한 삶의 태도입니다. 하버드와 옥스퍼드라는 이름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그들은 운동선수로서의 한계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운동선수로서의 경험을 지렛대 삼아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축구보다 공부를 택한 선수들의 결정은 단순히 은퇴 후 진로를 위한 전략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선택은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삶을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지적 용기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하버드와 옥스퍼드의 캠퍼스에선 여전히 공이 굴러가고 있지만 그것은 경기장에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한 연습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모든 길은 축구로 통한다는 말의 반대편, 즉 축구에서 모든 길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